물건을 고르는 안목은 나이가 들수록 달라집니다. 예전엔 예쁜 게 먼저였고, 지금은 오래 가는 게 먼저죠. 결혼 준비를 하다 보면 이 변화가 특히 도드라집니다. 인테리어 사진 속 반짝이는 가전들이 유혹하듯 등장하지만, 신혼의 현실은 그리 반짝이지 않습니다. 결국 남는 건 “매일 쓰는 물건이 얼마나 편하냐”의 문제죠. 요즘 신혼부부 사이에서 떠오르는 키워드는 ‘있어빌리티’보다 ‘실용성’입니다. 보여주기보단, 진짜 삶의 효율을 높여주는 가전이 사랑받고 있습니다.
‘보여주기용’은 이제 그만
한때 SNS에는 ‘신혼가전 인증샷’이 넘쳐났습니다. 수원웨딩박람회 신혼가전 부스에 있던 하얀 세탁기, 매끈한 냉장고, 무드등처럼 빛나는 공기청정기까지. 하지만 6개월만 지나도 “이건 진짜 필요했을까?”라는 자문이 돌아옵니다. 디자인만 보고 고른 가전은 결국 애물단지가 되기 쉽습니다. 예쁘지만 관리가 어렵거나, 사용 주기가 낮은 제품들이 그렇습니다. 결국 ‘있어 보이는 것’보다 ‘잘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몸으로 배우게 되죠.
주방의 중심은 ‘한 번에 끝내는’ 가전
최근 신혼부부들이 선호하는 주방 가전의 공통점은 ‘멀티 기능’입니다. 식기세척기, 인덕션, 전기오븐이 따로따로였던 시대는 갔습니다. 한 공간 안에서 여러 역할을 하는 제품이 인기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신혼집은 대부분 협소하고, 두 사람 모두 바쁘기 때문이죠. “요리 후 정리까지 10분 내로 끝낼 수 있는가”가 기준이 됩니다. 디자인은 덤입니다. 깔끔하되, 손이 덜 가는 구조. 이런 실용적인 선택이 신혼의 평화를 지켜줍니다.
세탁보다 중요한 ‘관리의 편리함’
신혼부부에게 세탁은 꽤 민감한 문제입니다. 서로의 옷 관리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죠. 예전엔 ‘드럼이냐 통돌이냐’가 주된 고민이었지만, 요즘은 건조 기능과 유지 관리가 핵심입니다. 자동 세제 투입, 필터 자동 세척 같은 기능이 인기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빨래는 기계가 알아서 해주면 좋겠다”는 현실적인 소망이 반영된 결과죠. 결국 실용적인 가전은 ‘생활의 충돌’을 줄이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공기청정기보다 더 중요한 ‘청소 루틴’
결혼 초에는 로봇청소기를 ‘귀엽다’고 부르지만, 3개월쯤 지나면 ‘없으면 안 되는 가족’이 됩니다. 실내 먼지와 머리카락, 반려동물 털까지. 하루라도 청소를 미루면 바로 티가 나기 때문이죠. 신혼부부에게 로봇청소기는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관계 유지 장비’에 가깝습니다. 서로의 청소 부담을 덜어주니까요. 공기청정기나 무선 청소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용성은 결국 함께 사는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기술입니다.
‘있어빌리티’의 반대편에는 ‘살아빌리티’가 있다
가전을 고를 때 ‘있어빌리티’는 보이는 세계를 위한 선택입니다. 반면 ‘살아빌리티’는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리듬을 위한 선택이죠. 예쁜 가전이 잠깐의 만족을 준다면, 창원웨딩박람회에서 보았던 실용적인 가전은 매일의 평화를 줍니다. 신혼의 진짜 로맨스는 ‘반짝이는 신혼집’이 아니라 ‘서로 덜 피곤한 하루’ 속에 있습니다. 결혼 준비의 끝은 ‘완벽한 집’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생활’입니다. 신혼부부가 현실에서 택해야 할 건 ‘있어 보이는 제품’이 아니라 ‘덜 싸우게 해주는 제품’입니다. 결국 실용성은 사랑을 오래 가게 하는 기술이니까요.